2021년 <골 때리는 그녀들> 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공 차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죠! 여성 풋살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한국 여자 축구의 인기도 함께 되살아 날 수 있을지 궁금한 요즘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여자 축구'는 대세인데요, 유럽과 미국은 현재 여자 축구팀들의 인기가 역대 최고입니다. 인기의 척도는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의 증가 추이도 있지만, 보는 인구(프로리그 관람객)로 확인할 수 있죠!
특히 프로리그는 출범 초기, ‘생존’이 지상 최대 목표입니다. 프로리그의 생존을 보장하는 필수영양분은 “팬”과 “미디어의 주목” 이고요. 물론 팬들이 볼만한 경기를 선수들이 만들어낸다는 전제조건 아래서 그렇습니다.
미국 여자축구리그(NWSL)이 드디어 ‘생존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NWSL이 지금부터 ‘성장모드’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담은 획기적인 발표(24.8.22)를 했습니다. 이번주 휘슬은 NWSL의 결정이 왜 생존모드에서 성장모드로 전환을 의미하는지를 소개하고 다음 주에는 한국 여자축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볼까 합니다
🎙️이야기 순서
NWSL(미국 여자축구리그)의 드래프트 제도 폐지
그런 배짱은 어디서 나왔을까?
계산서를 바탕으로 자신 있는 선언
한국 여자 축구는? (다음 레터에서)
① 미국 미국여자축구의 성장! NWSL 드래프트 제도 폐지
✔️ 미국 여자축구(NWSL)가 ‘드래프트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 노사협정 안(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CBA)을 발표
'드래프트 제도'란?
드래프트 제도는 프로리그 진출을 원하는 신인(고교 혹은 대학선수)들을 대상으로 구단이 원하는 선수를 ‘정해진 순서’대로 지명하는 제도입니다.*‘정해진 순서’란 지난 시즌에 기록한 팀성적의 역순입니다.
리그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팀간 전력격차’가 크지 않아야 되는데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수신인이 약팀에게 배정되게끔 고안된 제도이며 유럽축구에는 없고 미국프로리그에만 있는 제도입니다.
NWSL의 드래프트 폐지가 갖는 의미
첫째, 신인선수에게 구단을 선택할 권리를 넘겨줘서 선수 친화형(Player friendly) 제도로 선회했다는 것을 의미함
둘째, 드래프트 폐지는 지명된 선수가 입단 후 자유계약선수가 되기 위한 의무기간(FA 자격요건)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수선수 영입을 위한 구단간의 경쟁이 과열될 수 있음
셋째, 미국 축구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축구시장 표준(유럽축구)을 따름으로써 여자선수의 트레이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음
종합하자면 선수권리가 강화되고 구단이 선수계약을 제약하는 수단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해 선수영입 비용이 증가될 수 있음
드래프트 폐지 외 CBA에 담긴 내용
팀 당 샐러리 캡이 현재의 275만 달러에서 2025년 330만 달러로 늘어나고 매년 올리면서 2030년이면 510만 달러까지 도달함
선수의 최저 연봉은 올해 3만5000달러에서 2025년 4만8500달러로 올라가고 2030년이면 8만2500달러가 보장됨
생존모드에서 성장모드로 전환
2022년에 체결해 2026년까지 유효했던 기존 협약을 깨고 새로 만든 CBA에는 숙식제공과 선수단 이동시 전세기 이용 등 선수에게 유리한 내용이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말은 구단비용이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② 그런 배짱은 어디서 나왔을까?
✔️ NWSL이 성장모드로 전환할 수 있었던 첫째 요인은 파격적인 중계권 계약
2023년 9월경 방송 4개사(ESPN, CBS, Amazon, Scripps Sports)와 체결한 총 2억4000만달러짜리 중계권 계약이 적어도 리그가 망하지는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든 것으로 추정됨
이 계약은 리그에 연간 6000만달러의 수입을 보장하는 계약으로 이전 중계권수입(연 150만달러)의 40배에 달함.
리그에서 방송중계권 수입은 가장 중요한 수입원 중의 하나이며 중계방송을 통한 광범위한 미디어노출은 스폰서와 광고주를 영입하는 수단으로 활용됨
✔️ 성장모드 전환의 둘째 요인은 전세계 여자축구리그 중 관중 1위라는 자신감
NWSL은 2024년 시즌 절반이 지난 시점 (182경기 중 91경기째) 에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3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100만 관중을 기록함
6월 현재 관중은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6개 클럽이 관중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리그 시작 14주차의 평균관중은 게임 당 평균 1만1089명을 기록 중.
*참고: 올시즌 NWSL에서는 14개 클럽이 뛰고 있지만 2023년시즌까지는 12개 클럽이 참가했음
2차티켓 플랫폼(VividSeats)에서 거래되는 NWSL 정규시즌 티켓의 평균 가격은 76달러로 지난 시즌의 평균가격 51달러에 비해 49% 인상되었음 (출처: NWSL 티켓가격. 포브스. 2024.3.15)
연 관중 100만명은 경기장에서 티켓만 사는 게 아니라 식음료와 기념품 구매에 훨씬 많은 돈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관중 100만명이 티켓구입비 포함 100달러만 지출하더라도 구장수입이 1억달러가 발생한다는 의미임.
NWSL 2023/24 평균관중 비교
✔️ 성장이 부른 리그 확장
2013년 8개 클럽으로 출범한 NWSL은 2024년 현재 14개 클럽으로 확장되었고 현재도 창단을 희망하는 2개 그룹이 대기중임
미국의 프로구단 구단주들은 종목의 규모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된 사업가들이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없는 곳에 투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보면 됨
따라서 신규 창단을 원하는 구단주들이 있다는 것은 그 리그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음
창단 희망자는 리그에 창단가입비를 내야 하는데 가장 최근에 창단한 신규구단의 가입비가 5300만달러였고 현재 NWSL 클럽의 평균가치는 약 6600만달러로 평가되고 있음.
③ 계산서를 바탕으로 한 자신 있는 선언
✔️ 선수연봉은 연간 중계권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
연간 6000만달러의 방송중계권 수입을 14개 구단에 분배하면 1개구단에 배당되는 수입은 462만달러가 됩니다.
100만 관중을 대상으로 티켓포함 100달러어치만 팔 때 생기는 1억달러의 매출 중 20-30%는 구단 몫이 되니까 각 구단은 적어도 200만달러의 구장수입을 챙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시적이긴 하지만 과외수입으로 2개 구단의 창단 가입비가 최소 1억2000만달러가 생깁니다. 이 돈은 기존 구단에게만 분배되는 수입입니다.
이 수입만으로도 2030년이면 한 구단의 선수연봉 지급총액 상한선인 510만 달러를 감당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섭니다.
✔️ NWSL 커미셔너 Jessica Berman의 자신감 넘치는 선언
이런 계산을 바탕으로 Jessica Berman 커미셔너는 아직 만료기간이 남은 CBA를 폐기하고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선언을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겠다는 우리의 비전에 맞춰 바로 지금이 글로벌 기준을 따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단체협약은 리그는 사업 선택권을 갖고 선수는 직업선택권을 갖는 협약입니다.”
"우리의 새로운 협약은 여자축구 경기에 혁명을 불러와 수준을 한층 끌어 올릴 것이고, 여자축구 비즈니스를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미국 여자 축구 리그의 성장을 축하하며, 다음 호에서는 한국 여자 축구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