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월드컵처럼 예선리그를 거쳐 본선 토너먼트 진출팀이 결정되고 탈락팀이 생기면서 문득 생각난 의문입니다. 프로나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라면 우승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인데 성격이 조금 다른 대회이니까요.
이 대회는 10대부터 40대까지 넓은 연령층의 여성선수가 참가하는 클럽 대회이고, 무소속 선수가 랜덤팀을 구성하여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대회여서 든 의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회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참가팀이 있어야 하고 참가팀은 출전선수가 필요합니다. 모든 참가선수와 팀이 이 대회의 주인공인 것은 분명합니다.
휘슬리그는 농구의 재미를 즐기려는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이 조금은 느슨한 팀을 구성하더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엘리트대회와 다른 점입니다.
선수 출신이 제한적으로 뛰긴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은 엘리트 유소년 급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연령이나 기량을 떠나 농구의 재미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선수들이 참여하기에 농구를 잘 모르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잘하는 장면'의 희열도 크지만 '팀워크가 빛나는 순간'의 감동이 더 큰 리그에 박수를 보냅니다.
휘슬 레터는 리그에 참여하는 팀들도 거기에 걸맞게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난주에 소개했던 듀크 대학 Kara Lawson 감독의 “게임에 임하는 자세”에 이어 “클럽을 운영하는 자세”를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내용은 노사이드 스튜디오 연구진이 참여했던 『우수선수 육성시스템연구』(2019.KBO) 보고서에서 클럽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만 발췌했습니다. 유소년 클럽 운영과 관련한 내용 이지만 현재 즐겁게 스포츠를 하며 성장 중인 여성 스포츠 클럽들에는 매우 유용하다 판단했습니다.
* <Ted Lasso> 는 2021,2022년 에미상을 받은 미국 드라마이자, 주인공의 극 중 이름입니다. 축구를 전혀 모르는 미국 코치 테드 래소가 긍정적이고 따뜻한 리더십으로 영국 축구팀 AFC 리치몬드를 변화시키는 이야기인데요, 처음엔 레베카라는 구단주가 전 남편을 위한 복수의 수단으로 미식축구 감독이었던 '테드'를 고용한 것이었지만, 그의 진심은 구단주와 선수들의 마음을 열고, 갈등과 위기 속에서도 신뢰와 팀워크를 이끌어냅니다. 그는 축구 그 자체의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힘으로 팀을 성장시키는 리더로 등장합니다. (실제 이 배우는 여자농구의 열렬한 팬이에요!)
① 유소년 클럽지도자의 자세
✅ 가르칠 때 아이들이 “축구 하는” 재미와 즐거움이 떨어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독일 Bayer 04의 레버쿠젠 유소년 클럽 시스템의 지침 인용
지도자가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지만 축구 하는 재미를 잃게 만들면서까지 가르치지는 말라는 뜻
클럽에서는 잘하는 선수와 기량향상이 더딘 선수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도자가 비교를 하거나 잔소리가 잦아지면 선수가 흥미를 잃고 그만둘 수 있음
✅ 가르칠 때 아이들이 “축구 하는” 재미와 즐거움이 떨어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영국 볼튼 원더러스 클럽이 추구하는 선수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 하나
이 클럽은 성공하는 선수란 실수가 가장 적은 선수가 아니라 ‘실수를 가장 잘 극복하는 선수’라는 사실을 선수 스스로 깨닫게 만들려고 함
이를 위해 이 클럽의 지도자들은 주입식이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면 나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지도방식을 개발해야 함
특히 기본기 훈련은 이래라 저래라 식의 ‘지시하는 방식’을 택하지만 미니게임에서는 ‘가이드만 주고 직접 대응하게 풀어놓는 방식’을 택해 선수 스스로 상황에 따른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함
✅ Agree to disagree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언하라 *미국의 모든 유소년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의사소통 지침
코치가 조언을 할 때 선수가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의미임
특히 지도자들이 아무리 선의의 조언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선수에게 강요할 경우 의견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조언하라는 의미
②기술 외 운동 지능의 중요성
✅ 선수의 다리를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교육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선수의 잠재력은 신체 기능만이 아니라 운동 지능, 멘탈 강도도 포함되는데 이 클럽이 강조하는 “머리 교육”은 상황판단 능력이나 공간인지능력 등 각각의 종목에서 요구되는 지능을 의미함
이를 위해 이 클럽은 기본적으로 클럽 프로그램과 학교 교육을 병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음
✅ 팀 플레이어, 스스로 판단할 능력 배양, 역할 인지 등 *영국 브라이턴 앨비언 FC의 유소년 지도철학
이 클럽은 기술, 신체훈련 외에 사회성, 심리, 전술 등의 5개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회성 배양 과목에는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Team Player임을 주지시키고 있음
심리과목에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self-driven), 전술 과목에서는 경기의 흐름(state of the game)에 따라 자신의 역할(role clarity)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음
✅ 이겼을 때 겸손하고 졌을 때 품위를 지켜라 Win with humility Lose with dignity
모든 스포츠클럽이 유소년 선수에게 강조하는 행동지침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스포츠맨십을 지킬 것을 강조하는 문구임
③ 제 1회 휘슬리그의 주인공은?
✅ 참가한 선수와 클럽이 대회의 주인공입니다.
오늘의 휘슬 레터는 그 주인공들이 좀 더 발전된 모습, 더 즐기는 모습으로 다음 경기/대회에 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하는 팁으로 보아주세요. 🙌
혹시 여기는 성인도 많은데 뜬금없이 왜 유소년 클럽 운영지침을 소개하는지 궁금하신 독자도 계시겠지만 클럽 농구가 더 잘되려면 역시 “재미”가 있어야 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 클럽에서 재미있게 농구를 즐기면서 스포츠맨십과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장이 되면 더 좋겠다는 바램도 있습니다.
오늘 레터의 필자인 저는 프로야구계에 머물며 1500경기 이상, 40년간 보았지만, 프로경기 못지 않게 아마추어 여성 농구 직관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참여자도 관중에게도 배울 것이 많고요!
✅ 리그는 모두 함께 만들어야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습니다.
대회나 리그가 개최되기 위해서는 경기장이 있어야 하고 심판, 기록, 의료진, 후원기업, 대회운영 스태프가 필수적입니다. 늘 드러나지 않는 조연이지만 그들의 지원 덕분에 대회가 열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