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자복서는 15세 이상을 포함해도 213명인데 겨루기 종목인 태권도 6042명, 유도 3982명, 펜싱 1963명 보다 훨씬 적고 심지어는 올림픽 종목이 아닌 검도 58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숫자임
이런 척박한 곳에서 임애지 선수가 양대 대회 동메달을 땄다는 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음
✅복싱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작
본격적으로 복싱 선수를 지망하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이지만 어릴 때 화순에서 매년 열리는 복싱 대회를 보고 완전히 매료됨
그때부터 자발적으로 집 근처 복싱 체육관을 찾아보고 부모님을 설득해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부모님이 “특별히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선수가 될 것도 아니니 이제 그만하면 어떠냐”고 했을 때는 “나 선수 될 게, 그럼 안 그만둬도 되지?”할 정도로 복싱의 매력에 푹 빠짐
재미로 시작했지만 복싱에 열정을 갖게 된 그는 곧 전국 대회 우승을 휩쓸며 유망주로 떠올랐고 고등학교 3학년(2017)때 첫 국제대회에 나가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킴
✅링 위에 서면 멘탈 강한 전술가로 변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강자들이 겨루는 올림픽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은 철저한 준비와 자신이 세운 전략에서 나온다고 밝힌 적이 있음
“저는 ‘상대에 비해 내가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분석 작업을 굉장히 좋아해요. 상대 분석은 40%만하고 나머지 60%는 ‘나’에 대한 분석이에요”
“경기를 기다리면서 제가 세운 전략을 계속 상상하다 보면 기분 좋은 떨림이 느껴져요. 저는 이 떨림을 경기를 제대로 못 할까 봐 걱정되는 긴장감이 아니라 제가 계획한 대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 오는 설렘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한국 여자복싱은 이제 시작
그가 복싱을 시작했을 때 없었던 중등부 대회가 개최되면서 복싱을 배우는 초등학생이 조금씩 늘어난 것을 보고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은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땄지만, 훌륭한 후배들이 바로 4년 뒤 LA올림픽에서 딸 것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했음
(출처: 세상을 바꾸는 스트레이트 복싱 임애지 선수. 대한체육회. 2024.10)
그는 지난 9월11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렸던 월드 복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54kg급에서 브라질 선수를 판정승으로 이기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한 최초의 한국여자복서가 되었음
② 한국 여자 프로복싱계의 대표적인 파이터 신보미레 ✅ 대학입학 후 취미로 시작했다가 프로로 입문
신보미레는 운동이 좋아 취미로 2014년 복싱에 입문했다가 잠재력을 알아본 체육관 관장의 권유로 프로에 데뷔했는데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던 복싱에 빠진 이유는 다음과 같음
“누군가와 주먹을 주고받으면서 느끼는 쾌감이 있다. 상대가 있는 운동이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직한 운동이다”
그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2016년 프로입문을 권유한 관장이 본 그의 장점은 “겁 없는 여성”이었다고 함
“원래 여성분들이 스파링이나 이런 걸 하면 남자분들도 마찬가지지만 맞는 거에 대한 두려움이나 주먹에 대한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있는데 저 친구는 없더라고요” -프로입문을 권유한 윤강준 관장의 말, 노사이드 인터뷰에서-
프로입문 후 그는 2022년 2월 19일 WHO 동양-태평양 슈퍼 페더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TKO승을 거두며 첫 타이틀을 획득했고 현재까지 24전 18승(10 KO) 3무 3패 기록 중인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파이터로 꼽히고 있음
넷플릭스의 서바이벌프로그램 ‘피지컬: 100’에 출연해 강한 피지컬과 멘탈을 과시하며 “한국 복싱의 슈퍼 스타”로 부각되기도 했던 “겁 없는 여성복서” 신보미레는 지금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음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벨트에 대해서는 별 애정이 없어요. 아직 더 올라갈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메이저 벨트 그리고 통합 챔피언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③ 현재 세계 여자 프로복싱은 극심한 양극화 현상
✅ 전무후무한 흥행기록 세운 “테일러 대 세라노” 매치
여자 복싱의 흥행 가능성을 유심히 보고 있던 한 프로모터의 노력과 무대를 제공한 넷플릭스가 합작으로 만든 Katie Taylor vs Amanda Serrano 매치는 여자복싱의 비즈니스 가치를 입증한 경기
3연전으로 구성된 이 대결은 제이크 폴(Jake Paul) 이 운영하는 MVP(Most Valuable Promotions)의 노력으로 성사되었는데 2022년 4월 30일 1차전, 2024년 11월5일 2차전, 그리고 2025년 7월11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3차전이 열렸음
7월 11일 넷플릭스에서 3번째 경기를 본 시청자는 600만명에 달했고 메디슨 스퀘어가든의 관중수는 1만9721명으로 2025년 미국에서 열린 최고의 복싱매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이 매치에 나선 두 선수 테일러와 세라노가 거머쥔 개런티는 6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짐
✅ 하지만 그 2명 외에는 아직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곳이 여자 프로복싱
세라노가 번 600만달러도 10년간 40회이상의 경기 끝에 맺은 결실이지만 그건 프로모터의 노력과 넷플릭스의 파워 덕분일 뿐이라는 게 복싱계의 중론
세라노가 ESPN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이 여자복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임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 끝에 서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정말 형편없는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여러 체급 세계 챔피언인 저도 4000달러 내지 5000달러만 받고 경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사실 지금 여자복싱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시합잡기가 어렵고 설사 시합에 나가더라도 파이트머니는 푼돈밖에 안되는 게 현실임
출처:Taylor and Serrano are getting paid, but what about the rest of women's boxing? ESPN. 2025.3.6
✔️ 오늘 휘슬 레터는 재미와 취미로 시작해 척박한 한국 여성복싱계에서 한 획을 그은 여자 복서 2명과 여자복싱의 현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 참고로 2025년 현재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여자 복싱선수는 2021년의 137명보다 1.5배가량 늘어난 213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