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클럽의 실무자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여우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과학자 잭 네일러가 FIFA 축구센터의 한 팀 실무자는 고슴도치보다 여우가 되어야 한다🦊
Practitioners in football need to be foxes, not hedgehogs.
“축구 클럽의 실무자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여우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과학자 잭 네일러(Jack Nayler)가 FIFA 트레이닝센터 강의에서 한 말입니다.
잭 네일러는 18년 동안 여러 프로축구 클럽에서 유명 감독들을 보좌하며 스포츠과학 실무를 해왔고, 최근까지 에버턴(EPL)에서 스포츠과학 부서를 이끌었습니다. 그의 강연을 보다가 특히 눈에 들어온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프로구단 실무자의 일하는 방식을 ‘여우와 고슴도치’에 비유한 대목입니다.
선수단 운영부서의 실무자는 팀의 성과를 높이는 일을 합니다.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부상 선수의 재활을 돕고, 선수를 육성하거나 스카우트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일하며, 팀의 성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보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휘슬 레터에서는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니라 스포츠과학을 전공하고 프로구단 인턴으로 시작해, 스포츠과학 책임자의 자리까지 올라간 잭 네일러의 경험과 통찰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 오늘의 이야기
- 축구라는 게임의 성격
- 여우와 고슴도치
- 복잡한 국면에서 요구되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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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Jack Nayler on leading in complex environments. FIFA.202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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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축구라는 게임의 성격
✅ 축구는 ‘복잡한 국면’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종목이다
잭 네일러의 강연은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축구 경기의 성과를 만들어낸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축구는 여러 요소가 동시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경기 결과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게임(complex game)이라는 것이죠. 야구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정해진 타순의 타자를 한 명씩 상대합니다. 공격과 수비도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고, 각각의 상황을 구분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반면 축구에서는 22명의 선수가 경기장 안에서 동시에 움직입니다. 한 선수의 움직임이 다른 선수의 움직임을 바꾸고, 상대팀의 선택이 다시 우리 팀의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감독과 코치, 분석 스태프, 의료진, 영양사, 그라운드 관리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팀의 성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축구의 성과는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서로 얽힌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환경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리더라도 모든 상황을 혼자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통하는 하나의 ‘최적의 정답’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해법을 지나치게 믿고 있다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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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함에도 정도가 있다
네일러는 환경의 복잡한 정도를 단순한 상황부터 혼돈 상태까지 여러 단계로 구분해 설명합니다. 원문에 제시된 도표 역시 Clear → Complicated → Complex → Chaotic 으로 환경의 성격을 나누고 있습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은 단순한 상황입니다.
결과의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찾을 수 있고, 그 원인을 해결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 종목에서 체력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경기력의 원인이라고 판단된다면,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것만으로 경기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한 것이 복합(complicated)한 상황입니다.
자동차 경주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성능은 기술자의 도움으로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교통 상황이나 충돌 사고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도 함께 발생합니다. 반면 복잡(complex)한 상황에서는 상황이 계속 변하고, 여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축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11명의 선수뿐 아니라 코치, 분석 스태프, 의료진, 영양사, 그라운드 관리인 등 팀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두 상황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전문가를 데려와 충분한 시간을 주면,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정답을 찾을 수 있다면 ‘복합(complicated)’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뀔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고, 하나의 정답을 찾기 어렵다면 ‘복잡(complex)’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축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축구팀은 상대팀에 맞춰 전술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전술을 실행하는 순간 상대팀 역시 반응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선택이 상대의 선택을 바꾸고, 상대의 선택이 다시 우리의 선택을 바꿉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전술이라도 모든 상황에서 그대로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농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축구보다 경기장은 좁고 뛰는 선수의 수도 적지만, 여러 선수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서로 반응하면서 경기가 빠르게 전개됩니다. 농구 역시 충분히 복잡한 환경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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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여우와 고슴도치
✅ 한 가지 방법을 고수하는 고슴도치,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여우
네일러는 부상 선수의 재활을 담당하는 실무자의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부상을 입은 선수가 다시 경기에 뛸 수 있을지 판단하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실무자는 여러 데이터를 살펴보고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미래의 일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시 뛸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다시 뛰기 어려울 것이다.”
추측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더 어려운 것은 그 판단이 한 선수의 축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네일러는 이런 상황에서 실무자가 자신의 첫 번째 판단을 끝까지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판단을 다시 평가하고, 자신의 행동 방식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자신이 가진 하나의 기준에 모든 상황을 끼워 맞추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 판단하고 움직이는 ‘여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로팀에서 감독이나 코치는 부상 선수의 회복 가능성에 관한 스포츠과학자의 의견을 중요하게 참고합니다.
그만큼 실무자의 판단이 한 선수의 선수생활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포츠 현장에서 자주 보듯, 한 팀에서 필요하지 않은 선수로 평가받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한 뒤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선수와 팀의 상황은 하나의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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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복잡한 국면에서 요구되는 리더십
그렇다면 복잡한 환경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네일러는 크게 4가지를 이야기합니다.
1️⃣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
리더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 구성원들은 매일의 의사결정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승부 철학이나 시즌 계획, 경기 전술처럼 중요한 의제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활 프로세스나 미팅 일정처럼 작아 보이는 세부적인 사안도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의사결정의 바탕이 되는 행동 원칙과 가치관을 꾸준히 공유하는 것입니다.
2️⃣ 확고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
복잡한 조직에서는 의외로 리더가 현장의 실무자보다 정보를 늦게 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정보가 보고되고, 다시 결정이 내려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결정을 리더가 직접 내리는 것보다, 현장에 있는 실무자가 필요한 순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더 빠른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전제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즉시 판단할 수 있는 유능한 실무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
팀의 성과에 몰입하다 보면 좋은 결과에도, 나쁜 결과에도 감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감정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상황이 주는 압박과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편향을 최대한 내려놓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모든 압박을 팀에 전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압박은 팀과 공유해야 하지만, 어떤 압박은 리더가 혼자 감당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입니다.
4️⃣ 호기심을 갖고 배우는 문화를 만드는 것
복잡한 환경에서는 아무리 잘 준비해도 예상과 실제 결과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실패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 를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결국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책임을 묻는 문화보다 호기심과 배움의 문화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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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형 실무자만 모으면 정말 성공하는 조직이 될까요?
복잡한 환경에서는 여우가 되는 것만큼이나 서로 다른 판단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실무자에 가까운가요? 고슴도치인가요, 여우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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